현대 사회가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개인들이 끊임없이 소비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 남들이 욕망하는 것,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구입해야 돈이 돌고 생산이 늘고 기술이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모두가 현 상황에 만족한다면, 그래서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만 검소하게 사서 쓰고 남의 욕망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면, 국가 경제는 그 때부터 축소되기 시작하고 생산이 줄어 물가는 오르며 가장 가난한 사람들부터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현대 사회의 혜택을 누리는 현대인들이 감내해야 할 이 사회의 역설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갖지 않았을 때 느끼는 소외감, 남들 보기에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 더 비싼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해야만 안심이 되는 마음, 더 많이 갖고 더 많은 소비를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아래에 있는 듯한 느낌, 남들이 고급스럽다고 간주하는 취향의 소비를 하지 않으면 무시 받는 느낌은 피해의식이나 착각이 아니다. 기업은 마케팅과 광고, 제품의 디자인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 등등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모든 수단 속에 은근 슬쩍 그러한 메시지와 의도를 심는다. 이것은 기업들이 악의를 갖고 몰래 숨긴다거나 하는 그런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판촉 활동을 위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 불안,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가 된 것 뿐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져 소비자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지금 현재의 자신에 만족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심는다. 그로 인해 도통 만족을 모르게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닥달해서 아이들이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크고 엄청난 무엇인가를 욕망하도록 만든다.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른채 마음 속 결핍을 안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고 스스로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는 한편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것들을 끊임없이 소비한다. 그런 소비로는 결코 결핍을 온전히 채울 수 없고 단지 약간만 채울 수 있기에 일종의 중독 상태가 되어 이들은 곧 계속해서 일중독 소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자아에 대해 불만족하지만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을수록 현대사회는 점점 더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절대적 빈곤층은 나날이 줄어들며 모두가 편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게 되니 그 누가 이런 시스템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다수의 사람들이 결국 사회가 주입한 결핍과 욕망에 시달려 소처럼 일하고 쓸데없는 소비 지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 때부터 생산성은 떨어지고 경제 성장의 동력은 떨어져 경제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 다행히 지금 사회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삶을 유지하면서도 불만족과 만족을 오가는 경험을 하도록 만들어 죽을 때까지 그런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그러한 시스템은 기술과 제도 발전과 함께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사회 구조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 비판하는 사람 역시 이렇게 굴러가는 사회 시스템의 덕을 보고 먹고 사는 중일 가능성이 높다. 마치 모든 영화를 혹독하게 비평하는 평론가가 영화 없이는 생업을 지속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구조로 사회가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남들보다 뒤쳐지는 기분이 들거나 자기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그것이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Pew 리서치 센터가 2021년 선진국 17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삶의 의미로 꼽은 5대 가치' 를 질문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모든 나라가 가족이나 친구, 직업, 사회 등을 1위 가치로 꼽았는데 비해 한국만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았다고 한다. 이것은 한국인들의 진심어린 자기 욕망을 대변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가 주입하는 욕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모두가 미친듯이 돈이나 안정적인 자리, 남들의 인정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경제 발전 하나만을 위해 개인들을 그런 식으로 조련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스로 부족한 느낌, 뒤쳐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현상의 실체를 잠시 떨어져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주관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주변에서 내가 뒤떨어지거나 부족하다고 말하며 나의 가치를 폄훼하고 무시하거나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혹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해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 모두 나를 대신해서 사회가 주입한 욕망에 충분히 사로잡혀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나보다 더 열심히 달리고 더 많이 소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나는 그들에게 한국의 지속적 발전에 대한 빚을 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마음 속으로 감사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때가 바로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