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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쉽게 불안해지는 성향이란 존재하는가

Written on 2025-12-22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를 받고, 생산성과 속도, 변화를 강조하는 시대 흐름을 쫓아가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며 쉽게 불안을 느끼는 성향 혹은 매우 예민한 성향은 과연 존재하는 개념일까? 이런 사람들이 따로 있는 걸까 아니면 사람은 다 비슷한데 그냥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에 불과할까?

아직까지 우리말로 이런 특성 혹은 기질을 나타내는 집약된 단어는 없지만, 보통 '매우 예민한' '상처받기 쉬운' '감각 추구형' 이라는 말로 이런 성향을 설명하곤 한다. 이같은 성향은 미국의 심리학자 Elaine Aron이 1997년 처음 주창한 개념으로, 그녀가 쓴 대중서에서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 즉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학술적으로는 SPS( 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마디로 외부에서 오는 여러 오감이나 상황 변화를 매우 민감하게 포착하고 느끼며, 그런 자극과 변화에 대해 감정 반응이 클 뿐 아니라 그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곱씹는 성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내게 '이것 좀 드세요' 하고 빵과 커피를 줬다고 해보자. 별 생각없이 '감사합니다' 답한 후 빵과 커피를 맛있게 먹고 끝내는 것이 보통의 반응이다. 하지만 SPS 성향을 가진 사람, 즉 HSP들은 상대방의 말투에서 그 사람의 기분을 느끼거나 빵과 커피를 준 의도를 곱씹고 커피의 온도와 향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것을 내게 주었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면 이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걸까? 과도한 상상일까? 아니면 민감한 것일까?

이런 모호함으로 인해 SPS 성향이 실제 존재하는 성향인지에 대해 아직은 뚜렷한 합의가 있진 않다. 다만 SPS 성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런 성향을 어느 정도 타고나는 기질로 보며, 그 특성으로 D.O.E.S라는 4가지 특성을 설명한다. 이는 간단히 말해 시각,청각,미각,촉각 등 오감의 자극과 정보에 좀 더 크게 반응하고 주위의 미묘한 변화를 잘 캐치하는 특성, 그런 자극과 변화에 기쁨이나 슬픔, 공감 등등의 감정 변화가 크고 그런 감정에서 비롯된 의미 해석에 깊이 몰입하는 특성을 뜻한다. 또한 그렇게 과도하게 자극과 환경 변화에 반응을 하다보니 쉽게 뇌신경 시스템이 피로를 느끼고 자극에 압도 당하는 특성도 함께 가진다고 본다. 영화를 볼 때 기쁨과 슬픔을 자주 느끼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깊게 느끼며 사람들과 소통할 때 상대방의 말이나 말투, 억양, 비언어적 메시지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그 수가 많진 않으며,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인구의 대략 15-20% 정도로 보는데, 이렇게 적은 비율만 이런 성향을 가진 이유에 대해서 진화 심리학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모여 있을때 어디선가 큰 소리가 났을때 모두가 예민하게 반응하면 좁은 입구로 모두 달려가는 바람에 병목 현상이 생겨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만 예민하다면 우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고 나머지 다수는 그런 반응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 차근차근 질서있게 나갈테니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같은 현실적인 생존 원리로 인해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런 예민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신경과학 연구에서도 SPS성향이 높은 사람들 (예민한 기질이 높은)은 같은 자극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든가, 공감과 감정 반응이 높고 과거를 곱씹는 것과 관련된 뇌부위가 더 많이 활성화되었다는 등의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각, 청각 등의 예술 분야나 촉각을 사용하는 서비스 분야,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 등에 대한 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위에 언급했듯, 너무 과도한 자극 혹은 다양한 자극은 이들의 뇌신경 시스템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자주 번아웃이 오거나 쉽게 불안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렇게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 등에 의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특성이 더 커질 수 있는데, 이 때 어떤 환경을 거쳤는가에 따라 양 극단의 성향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즉 안전한 환경, 예민한 성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불안도도 낮고 자신의 긍정적인 기질과 재능을 더 잘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부정적인 환경, 즉 예민한 성향이 부정당하고 자존감에 상처 입기 쉬운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쉽게 상처 받고 불안해질 뿐 아니라 자신의 본래 특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살기 쉽다는 연구가 있다.

이같은 관점에 따르면, SPS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특별히 '예민하고 불안해지기 쉬운' 성향 혹은 '상처받기 쉬운' 성향이라고 하기 보다는, 어떤 환경 속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오히려 보통의 경우보다 더 튼튼한 마음을 갖게될 수도 있다고 하겠다.

Aron, E. N., Aron, A., & Jagiellowicz, J. (2012). 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A Review in the Light of the Evolution of Biological Responsivity: A Review in the Light of the Evolution of Biological Responsiv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 16

(3), 262-282.

https://doi.org/10.1177/1088868311434213

Corina U. Greven, Francesca Lionetti, Charlotte Booth, Elaine N. Aron, Elaine Fox, Haline E. Schendan, Michael Pluess, Hilgo Bruining, Bianca Acevedo, Patricia Bijttebier, Judith Homberg, 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in the context of Environmental Sensitivity: A critical review and development of research agenda,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Volume 98, 2019, Pages 287-305, ISSN 0149-7634,

https://doi.org/10.1016/j.neubiorev.2019.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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