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떤 사람에게는 첫 만남부터 강한 끌림을 느끼고, 어떤 사람과는 계속해서 어색한 사이로 남을까요? 흔히들 취미나 성격이 비슷해서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친구가 된 후에 서로 닮아가는 걸까요, 아니면 애초에 서로 닮았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 걸까요? 이 오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이 아주 기발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시점의 뇌 활동을 들여다봄으로써 미래의 친구 관계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Shen, Y. L.등의 논문 "Neural similarity predicts whether strangers become friends." 를 바탕으로 뇌의 신경반응과 친구관계에 대한 유유상종의 원리를 살펴봅니다.
미래의 사회적 관계망을 예측하는 실험 설계

그림 1
그림 1은 이 연구의 가장 극적인 증거를 제시합니다. 우리의 뇌가 단순히 미래의 친구를 알아보는 수준을 넘어, 누구와 멀어질 것인지까지 예측하는 정교한 시스템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일종의 '사회적 청사진'에 비유해 봅시다.
(a)와 (b)를 보면, 앞으로 가까워질 사람들의 뇌(청사진)는 관계에 변화가 없는 사람들보다 약간 더 높은 유사성을 보입니다. 이는 마치 두 청사진에 희미하게나마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암시하는 옅은 붉은색 신호와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c)에서 펼쳐집니다. 앞으로 가까워질 사람과 멀어질 사람의 뇌를 비교하자, 그 차이는 더 이상 미미하지 않습니다. 미래 친구들의 뇌에서는 특정 영역들이 강렬한 붉은색으로 타오릅니다. 이는 마치 두 사람의 청사진이 처음부터 완벽한 연결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것처럼, 핵심적인 공간들의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함을 의미합니다. 반면, 멀어질 사람들과의 비교에서는 이러한 공통된 설계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누가 우리와 '잘 맞을지'에 대한 희미한 단서뿐만 아니라, 누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갈지'에 대한 강력하고 명확한 예측 지도를 이미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뇌는 이미 '우리'를 알아본다: 운명적 끌림의 신경 단서

그림 2
그림 2는 이 놀라운 예측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의 청사진입니다. 연구진은 먼저 각 참가자의 뇌 활동을 측정하여 고유한 '신경 지문(neural fingerprint)'을 확보했습니다(그림 2a). 이는 관계가 형성되기 전인 첫 시점(time 1)에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마치 사회학자가 마을의 관계 지도를 그리듯, 특정 시점(time 2)에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측정하여 누가 누구와 얼마나 가까운지, 즉 '사회적 거리'를 계산했습니다(그림 2b).
연구의 핵심은 마지막 단계에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관계망이 변화한 후(time 3), 두 사람의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졌다면(그림 2c), 과연 이들의 초기 '신경 지문'이 서로 닮았을지를 역추적한 것입니다.
이 과정을 모든 참가자 쌍에 대해 반복함으로써, 연구진은 마치 미래를 예측하는 나침반처럼, 뇌의 유사성이 미래의 우정을 가리키고 있었음을 증명해냈습니다.
단순한 우연일까? 숨겨진 요인 파헤치기

그림 3
그림 3은 그 강력한 단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마치 관계의 미래를 예보하는 '신경 기상도'와 같습니다.
앞으로 더 가까워진 사람들(Decreased social distance)의 뇌는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따뜻한 붉은색의 '맑음' 신호를 보였습니다. 이는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서로 비슷해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될 것임을 암시하는 신경적 공명 상태입니다.
반면, 앞으로 더 멀어진 사람들(Increased social distance)의 뇌는 차가운 푸른색의 '흐림'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는 생각의 패턴이 체계적으로 달라 결국 관계가 소원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경적 불협화음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관계에 변화가 없었던 사람들의 뇌는 뚜렷한 색 없이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누가 친구가 될지만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될지에 대한 정보까지도 미리 담고 있는, 놀랍도록 정교한 사회적 예측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스쳐 가는 인연 vs. 깊어지는 관계: 진짜 차이는 여기에 있었다

그림 4
그림 4는 이 현상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우리의 뇌를 사회적 관계를 탐색하는 일종의 '공명 장치'라고 상상해 봅시다. 가장 가까운 친구들(Social distance 1)의 뇌를 보면, 마치 같은 주파수에 맞춰진 라디오처럼 붉은색의 '공명' 영역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세상을 경험할 때 뇌의 여러 영역이 유사하게 활성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사회적으로 가장 먼 사람들(Social distance 3)의 뇌는 정반대의 패턴, 즉 파란색의 '불협화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생각이 다른 것을 넘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체계적으로 다름을 의미합니다.
흥미롭게도, 적당한 거리의 지인들(Social distance 2)의 뇌는 뚜렷한 색 없이 거의 중립적인 상태를 보입니다.
결국 이 뇌 지도는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신경계가 서로 조율되고, 멀어질수록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는 강력한 시각적 증거를 제시합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일치: '깊은 공감대'의 뇌 과학적 증거

그림 5
그림 5는 이 '신경적 끌림'이 단순히 '친구가 될 사람'과 '안 될 사람'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현상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마치 사회적 관계의 거리에 따라 세기가 달라지는 '신경적 중력'과도 같습니다.
미래의 친구가 될 사람들(future friends)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non-friends)에 비해 뇌 활동의 유사성이 뚜렷하게 높게 나타납니다(그림 4a의 붉은색 영역).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유사성의 차이가 미래의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욱 극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친구들은 '친구의 친구'(distance 2)나 '친구의 친구의 친구'(distance 3)가 될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신경적 공명 상태를 보이며, 뇌 지도는 점점 더 붉게 물들어갑니다(그림 4b, 4c).
이는 우리의 뇌가 단순히 미래의 단짝 한 명을 알아보는 것을 넘어, 앞으로 형성될 전체 사회적 관계망의 구조, 즉 누가 중심에 있고 누가 주변에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

이 연구는 우리가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단순한 우연이나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사람에게 끌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신경적 동질성(neural homophily)'은 우리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보이지 않는 건축가와도 같습니다.
물론 이 연구가 뇌 스캔으로 완벽한 친구를 찾아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뇌가 어떻게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결국 진정한 '끌림'이란, 서로의 뇌가 같은 주파수에서 공명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리한 논문 : Shen, Y. L., Hyon, R., Wheatley, T., Kleinbaum, A. M., Welker, C. L., & Parkinson, C. (2025). Neural similarity predicts whether strangers become friends. Nature Human Behaviour, 9, 2285–2298. https://doi.org/10.1038/s41562-025-022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