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동안 행복감이나 불만족, 불안이나 우울 같은 기분과 감정 관련된 연구들은 심리학, 뇌과학, 정신의학, 그 외 철학이나 문학 작품 들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다 AI가 나오면서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던 그동안의 기분과 감정 연구들이 통합되어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기술의 한계로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우리는 인간의 감정과 기분이 생각과 행동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그 원리와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뇌의 작동 원리 중 무엇보다 사람들의 일반 상식에 반하는 것 하나는, 감정과 기분이 생각과 논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 중엔 다른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고 평가하고, 훈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예전엔 이것이 그저 많은 인생 경험에 의한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이든 어른이든 듣는 사람 입장에선 기분이 썩 좋을리 없었다. 헌데 실제로도 굳이 그렇게 좋은 쪽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생각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것을 접할 때 보상회로가 가동되는 것보다 부담이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 그러다보니 특별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행복감이 줄어들고 불만족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 경험 횟수가 늘어난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조금이라도 그런 침잠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뇌는 일시적인 쾌감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고 훈계하기 시작한다. 남을 평가하고 훈계하는 행위엔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상황,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이가 들어 지위 불안을 느끼기 시작할 때 그런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며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남 평가와 훈계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기분 상태를 단발성 쾌감 행위로 극복하려는 행위나 다름 없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누군지 몰라도 매우 통찰력 있는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현대적 기준에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입이 열리면서 남의 인생을 지적질하고 평가하고 싶어 근지러워진다면 당장 동네 한 바퀴 러닝을 하거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어차피 요즘은 나이든 사람이 굳이 돈 쓰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문화도 사라졌다. 먹고 살기 팍팍해진 시대이기도 하고. 그러니 현대적 관점에서 위 문장은 다음과 같이 고쳐 쓸 수 있겠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나가서 운동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