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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어느 탈북자에 대한 추억

딱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 사람

오래전 어느 치과에서 일할 때 탈북자 출신의 아저씨와 같은 의국실을 쓴 적이 있다. 그 탈북자 아저씨는 나이를 가늠할 순 없지만 대략 50대 초중반으로 보였는데 얼굴엔 주름이 꽤 깊게 있었지만 눈매가 또렷하고 북에서도 엘리트였을 법한 인상과 태도를 보여준 분이었다. 젊은 위생사 직원들도 젠틀한 태도의 이 탈북자 분을 많이 따랐던 기억이 난다.

이 분은 상당히 오랜 기간 남미에서 북한 출신 공작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집안이 꽤 좋은 출신이고, 남미에서 여러가지 공작에 관여를 했다고 한다. 물론 직접 무기 들고 싸우거나 한 건 아니고 대부분 사무실에서 일했다고 멋쩍게 말했다. 아무튼 그 덕분에 남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국정원과도 자주 부딪혔다고 한다. 그러다 기회가 있어 늦게나마 남미의 한 치과대학을 다닐 수 있었는데, 그게 탈북 후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물어보진 않았다.

외국인 치과의사 중 한국에서 인정받는 외국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하기 위해선 외국인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시험을 따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시험, 무척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애초에 치과 협회를 비롯한 국내 치과계 단체들은 치과의사 숫자가 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시험도 무척 어렵게,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으로 낸다. 합격률이 무척 낮으며 실은 국내 치대 졸업자들 중 과연 해당 시험을 통과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다. 아무튼 이 분이 탈북 후 남한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초반에는 대북 관련해서 진보쪽 정책 연구를 하는 기관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분의 입장은 단호했다. 북한은 절대로 온건주의로 상대할 곳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해서 결국 해당 기관에서는 뭔가 이 분을 불편해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이 분은 그냥 대충 출근해서 시간 남을 때 틈틈히 외국 치대 출신 대상 치과의사 시험을 준비하셨다고 한다. 결국 두 번 만에 통과하셨다고.. 이 대목에서 아 확실히 이 분 엘리트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 후 바로 그 기관을 그만 두었는데, 그래도 해당 기관에서는 가끔씩 연락이 오지만 거절하는 중이라고 한다. 자신은 지금이 제일 편안하고, 나중에 조용히 시골에 가서 치과의사 일만 하시고 싶다고.

내가 정말 특이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