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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아침형과 저녁형은 각각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대규모 뇌영상·행동 분석과 발달 검증으로 찾은 5가지 크로노타입 아형

도입

크로노타입(chronotype)은 하루 24시간 주기 안에서 언제 자고 언제 가장 깨어 있기 쉬운지를 나타내는 개인의 시간적 성향입니다. 흔히 아침형과 저녁형으로 단순하게 나누지만, 실제 사람들의 수면-각성 리듬은 빛 노출 같은 환경 요인, 사회적 일정, 유전적 배경, 호르몬 상태, 발달 단계가 함께 작용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같은 저녁형이라도 누군가는 인지 기능이 좋고 활동적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우울, 흡연, 대사 이상 같은 문제와 더 강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바로 이 점을 정면으로 묻습니다. 즉, ‘아침형/저녁형’이라는 큰 범주 안에 서로 다른 뇌-행동-건강 프로필을 가진 숨은 하위집단이 있는가? 그리고 그런 패턴이 더 어린 연령대에서도 발달 전구체처럼 포착되는가? 저자들은 영국 UK Biobank 성인 27,030명과 미국 ABCD Study 아동 10,550명의 자료를 이용해, 크로노타입을 하나의 단일한 특성이 아니라 여러 생물학적 아형의 집합으로 재정의하려고 했습니다.


1. 연구 질문: 왜 크로노타입을 다시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기존 연구는 대체로 아침형과 저녁형을 각각 비교적 균일한 집단으로 취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접근이 너무 거칠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저녁형이 우울과 강하게 연결된다는 연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도 있었고, 건강 위험도 역시 연구마다 차이가 컸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의 핵심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크로노타입은 하나의 축으로만 설명되는 성질이 아니라, 서로 다른 뇌 회로와 행동 양식, 건강 상태가 결합된 여러 잠재적 패턴으로 구성될 수 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저녁형은 대체로 건강에 나쁘다’ 혹은 ‘아침형은 대체로 좋다’ 같은 뭉뚱그린 결론은 실제 생물학을 놓치게 됩니다.


2. 연구 설계: 뇌영상 3종과 방대한 표현형 자료를 한꺼번에 묶었다

저자들은 UK Biobank의 성인 27,030명을 분석의 주 자료로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상보적 뇌영상 지표가 포함되었습니다. 첫째, 구조 MRI 기반 회백질 부피(gray matter volume)로 각 뇌 영역의 거시적 구조를 반영했습니다. 이때 피질, 소뇌, 피질하 구조를 나누어 보아 어떤 수준의 회백질 패턴이 크로노타입과 함께 움직이는지 분리해 확인했습니다. 둘째, 확산 MRI에서 얻은 백질 미세구조 무결성(주로 FA)을 사용해 주요 섬유다발의 상태를 평가했습니다. 셋째, 휴지상태 fMRI 기반 기능적 연결성을 이용해 시각, 체성감각-운동, 배외측/복측 주의, 변연계, default mode network(DMN), frontoparietal network(FPN) 같은 대규모 네트워크들 사이의 동시 활성 패턴을 보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행동 표현형 977개, 전자의무기록 기반 진단 1,396개, 약물 분류 133개를 연결해 각 뇌 패턴이 실제 생활과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추적했습니다.

분석의 핵심 도구는 PLS(partial least squares)라는 다변량 공변화 분석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보고식 크로노타입과 가장 강하게 함께 변하는 다중 모달 뇌 패턴을 잠재 성분(latent component) 형태로 찾는 방법입니다. 각 성분은 피질·소뇌·피질하 회백질, 백질 FA, 기능적 연결성이 한꺼번에 묶인 하나의 축으로 표현되고, 참가자마다 그 축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brain score’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저자들은 이 brain score를 이용해 행동, 질병, 약물과의 연관을 전반적으로 스캔했고, 독립 코호트에 같은 축을 투영한 뒤 연령군별 brain score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비교했습니다. 다중비교를 고려한 Bonferroni 보정 기준을 넘는 신호를 중심으로 해석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한 성분 안의 양·음의 뇌 로딩이 단순한 ‘좋다/나쁘다’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축을 이루는 서로 반대 방향의 기여를 뜻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혼란변수를 최대한 줄이려 했습니다. 교대근무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했고, 서로 다른 방문 시점에서 크로노타입 응답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도 제외했습니다. 수면 시간, 낮잠, 불면, 코골이, 주간 졸림 같은 수면 관련 변수는 통계적으로 보정해,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크로노타입 자체’와 더 가까운 패턴을 보려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5개의 유의한 잠재 성분, 즉 5가지 크로노타입-뇌 아형이 도출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저녁성 3개 아형과 아침성 2개 아형이었습니다.


3. 주요 결과: 저녁형 3개, 아침형 2개의 서로 다른 아형

처음 세 성분만 보더라도, 저자들이 말한 ‘크로노타입의 이질성’이 단순한 수면 습관 차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다중 모달 뇌 패턴과 표현형 조합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여기에 뒤의 두 성분을 더하면, 이질성은 인지-정신건강-대사 축을 넘어 성별·호르몬 관련 축까지 확장된다는 점이 더 선명해집니다. 첫 번째 아형은 전형적인 저녁형 패턴이지만, 단순히 ‘늦게 자는 사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아형에는 전전두·측두 피질, 변연계와 기저핵을 포함한 피질하 구조, 일부 주요 백질다발, 그리고 주의·운동·소뇌 회로가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행동 수준에서는 반응속도나 숫자-기호 치환 같은 처리속도/인지 지표에서 유리한 방향이 보였고, 일부 과제 수행에서도 강점이 시사되었습니다. 동시에 조증 관련 성향, 피로감, 대마 사용, 위험 감수 같은 정서·생활습관 신호가 함께 나타났고, 비타민 D가 낮은 방향과도 연결되었습니다. 혈압이나 일부 진단·약물 신호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인지적 이점’과 ‘정서/행동상의 불안정성’이 공존하는 저녁형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아형도 저녁형이지만 성격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이 아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광범위한 백질 미세구조 축이 강하게 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특정 한두 섬유다발이 아니라, 주요 백질 경로 전반이 함께 연루된 패턴이었습니다. 여기에 소뇌와 피질하 회백질, 그리고 운동·주의·변연 네트워크에 걸친 기능 연결 변화가 동반되었습니다. 행동과 건강 면에서는 혈압, 심박수, 혈당 같은 심혈관·대사 지표와 우울/불안, 불행감 같은 정신건강 지표가 함께 얽혔고, 진단과 약물 자료에서도 고혈압, 당뇨, 뇌혈관 질환, 만성 기관지염/폐렴과 더불어 칼슘채널차단제, ACE 억제제, 지질저하제, 혈당강하제, 항우울제 사용 신호가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저녁형이 같은 것이 아니라, 이 두 번째 저녁형 아형은 우울과 혈관·대사 부담이 함께 묶인 보다 임상적으로 취약한 패턴이었습니다.

세 번째 아형은 아침형 패턴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구조적 특징은 첫 번째 저녁형 아형과 꽤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기능적 연결성은 여러 네트워크 쌍에서 상당 부분 다른 방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비슷한 해부학적 바탕을 공유하더라도, DMN·FPN·주의·운동 네트워크가 서로 맞물리는 방식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행동형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아형은 더 이른 생활 리듬과 연결되었고, 교육/인지 지표의 상대적 강점, 비흡연 혹은 낮은 위험감수 성향, 낮은 음주 빈도와 연결되었습니다. 다만 ‘걱정이 많다’거나 ‘신경이 예민하다’ 같은 보고는 일부 있었고, 혈압 관련 신호도 제한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진단과 약물 수준의 연관은 앞선 두 저녁형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질병 부담이 낮은 아침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네 번째 아형은 또 다른 아침형이지만, 세 번째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졌습니다. 이 패턴에서는 광범위한 피질 회백질의 음의 로딩에 비해 소뇌와 피질하 회백질의 양의 로딩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고, 일부 주요 백질 경로에서도 음의 로딩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같은 ‘아침성’ 안에서도 앞선 세 번째 아형과는 다른 구조적 조합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행동·혈액 지표에서는 여성 편향과 함께 낮은 테스토스테론, 높은 SHBG(sex hormone-binding globulin), 피로감과 우울 관련 신호가 동반됐고, 진단 수준에서는 월경 이상이 가장 뚜렷했습니다. 약물 자료에서도 항우울제 사용이 강하게 연결됐고, 진통·해열제 및 칼슘 제제 신호가 일부 따라붙었습니다. 따라서 이 아형은 ‘건강한 아침형’의 단순 변형이 아니라, 기분 상태와 생식호르몬·여성 건강 특성이 함께 묶인 별도의 아침형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다섯 번째 아형은 성호르몬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네 번째 아형과 이어지지만, 뇌 패턴은 거울상이라기보다 다른 조합이었습니다. 피질에서는 내측·후방 일부 영역의 양의 로딩과 외측 피질의 음의 로딩이 섞여 있었고, 피질하 회백질의 기여가 두드러졌으며, 소뇌와 백질은 보다 국소적으로 엇갈린 패턴을 보였습니다. 표현형 수준에서는 남성 편향, 탈모 양상, 높은 테스토스테론, 체지방 및 혈액학적 지표, 수축기 혈압, 음주 빈도, 격렬한 신체활동, 위험 감수, 피로감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진단과 약물 자료에서는 고혈압, 심방세동/조동, 전립선비대·전립선암, 서혜부 탈장 같은 신호와 함께 지질저하제, ACE 억제제, 심장계 약물, 비뇨기계 약물 사용이 두드러졌습니다. 일부 여성 생식·비뇨기계 진단도 함께 잡혔기 때문에, 이 아형은 ‘남성 전용’이라기보다 성호르몬과 비뇨생식기·심혈관 부담이 함께 얽힌 저녁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저녁형’ 내부에도 적어도 세 가지 서로 다른 생물학적 패턴이 존재하고, ‘아침형’ 내부에도 두 가지 구별되는 패턴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녁형이라고 해서 모두 우울 위험이 높은 것도 아니고, 아침형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상 이점만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4. 외부 검증: 이 패턴은 다른 나라의 더 어린 집단에서도 보일까?

저자들은 성인 UK Biobank에서 학습한 패턴이 완전히 독립적인 집단에서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ABCD Study의 아동 10,550명에 모델을 적용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구조 MRI 정보만 사용 가능했기 때문에, 원래의 다중 모달 모델보다 검증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의 핵심은 성인에서 보인 질환·약물 프로필이 그대로 반복되는지를 보는 것보다, 각 아형의 더 이른 발달 표지가 잡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첫 번째 아형이 아동 집단에서도 인지 검사와 양의 연관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성인에서 퍼즐 해결과 빠른 반응시간 같은 인지적 장점과 연결되었던 패턴이, 아동에서는 과제 정답 수나 WISC-V 점수 같은 지표와 연관되어 비슷한 방향성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아동 검증에서는 연령과 조상군/인구구조 관련 변수도 함께 두드러졌기 때문에, 인지 재현을 해석할 때도 발달 단계와 표본 구성의 영향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동 집단에서는 성인에서 성별·호르몬 관련성이 강했던 패턴들이 sex/gender 및 발달 행동과 매우 강하게 연결되었습니다. 성인에서 여성 편향 아침형이었던 패턴은 아동에서도 sex/gender와 강하게 맞물렸고, dance나 gymnastics 같은 활동, 성인용 등급 비디오게임에 덜 노출된 양상과 연결되었습니다. 반대로 남성 편향 저녁형 패턴은 역시 sex/gender와 강하게 연결됐지만, dance/gymnastics의 부재, baseball이나 martial arts 같은 활동, body hair·skin 같은 사춘기 신체발달 항목과 더 자주 함께 나타났습니다. 다른 아형들 역시 성인처럼 진단명이 두드러지기보다는 나이, testosterone·DHEA 같은 발달 지표, 과체중 관련 문항, screen time, 활동 양식과 더 자주 연결되었습니다. 즉 아동 검증은 성인의 질병 목록을 그대로 복제했다기보다, 성인 아형이 자라면서 어떤 발달 축 위에서 드러날지를 보여주는 전구체에 가깝습니다.

앞서 아동 검증에서 연령 신호가 컸다는 점은 brain score를 연령대별로 나눠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첫 번째 아형 관련 brain score는 ABCD에서는 연령이 높은 아동군에서 더 높았지만, UK Biobank에서는 반대로 젊은 성인군에서 가장 높고 이후 연령이 올라갈수록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세 번째 아형은 거의 반대였고, 네 번째 아형도 같은 방향이지만 기울기는 더 완만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와 다섯 번째 아형은 이런 단순한 거울상으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아형은 아동기에는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성인에서는 중년 초반보다 후반에서 다시 커지는 비선형 양상을 보였고, 다섯 번째 아형은 아동기에는 비교적 평탄하지만 성인에서는 완만히 높아졌습니다. 즉 크로노타입 아형 가운데 일부는 잘 알려진 생애주기적 크로노타입 이동과 맞물리지만, 다른 일부는 대사·호르몬·질병 부담 같은 추가 축이 겹치면서 더 복합적인 연령 의존성을 보인다고 해석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생물학적 의미: 어떤 뇌 시스템이 크로노타입 차이에 얽혀 있을까?

이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뇌 시스템은 변연계, 전전두엽, 기저핵, 소뇌, 그리고 시각·체성감각운동·주의·DMN·FPN 같은 대규모 기능 네트워크입니다. 변연계와 안와전두피질, 대상피질은 정서 처리와 보상, 동기와 관련이 깊고, 기저핵은 보상 예측과 습관 행동, 운동 조절에 중요합니다. 소뇌 역시 단순 운동 조절을 넘어서 타이밍, 예측, 인지 조절에 관여합니다. 따라서 어떤 저녁형 아형에서 인지적 이점과 위험 감수·정서 불안정성이 함께 나타나고, 다른 저녁형 아형에서 우울과 혈관·대사 부담이 짙어지는 결과는, 크로노타입 차이가 단순한 ‘잠드는 시간’이 아니라 보상-통제-각성 회로 전반의 차이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뒤의 두 아형이 성별·호르몬 및 생식건강 신호와 결합된 점은, 여기에 내분비 상태가 추가 축으로 겹쳐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첫 번째 저녁형과 세 번째 아침형이 구조적으로는 유사하지만 기능 연결성이 다르게 나타난 점은 중요합니다. 이는 회백질 부피나 특정 피질하 구조만으로는 크로노타입의 행동적 의미를 다 설명할 수 없고, 같은 해부학적 바탕이라도 DMN, FPN, 주의 네트워크, 운동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방식이 달라질 때 정서 조절, 위험 감수, 인지 수행이 다른 방향으로 조직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이 연구는 ‘어디가 크냐 작으냐’보다 ‘서로 어떤 네트워크 조합으로 작동하느냐’가 아형 구분에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두 번째 저녁형 아형에서 광범위한 백질 무결성 패턴이 두드러졌다는 점은, 이 집단이 단순한 생활습관 차이를 넘어 보다 분산된 뇌 통신 효율의 취약성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백질은 서로 떨어진 뇌 영역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경로이므로, 주요 섬유다발 전반이 함께 걸린 패턴은 우울, 혈압, 혈당, 뇌혈관 질환처럼 여러 임상 신호가 동반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하나의 후보 메커니즘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만으로 백질 변화가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임상적으로 더 취약한 저녁형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해집니다.

성별 관련 두 아형은 호르몬과 크로노타입의 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여성 편향 아침형에서는 낮은 테스토스테론과 높은 SHBG, 월경 이상, 우울 및 항우울제 사용이 한 축으로 묶였고, 남성 편향 저녁형에서는 높은 테스토스테론, 탈모 양상, 전립선 및 심혈관 신호가 더 두드러졌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둘이 단순히 같은 호르몬 축의 정반대 방향이 아니라, 피질-소뇌-피질하 및 백질 조합 자체도 달랐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호르몬은 크로노타입 차이에 단독으로 작용한다기보다, 발달과 회로 조직, 위험행동, 생식·비뇨생식기 건강을 함께 묶는 조절 변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동 검증에서 이 축이 sex/gender, 사춘기 신체발달, 활동 양식으로 재연된 점도 이런 해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합니다. 물론 이 연구는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크로노타입의 성별 차이가 단순한 사회문화적 차이만이 아니라 호르몬 및 뇌 회로 수준의 차이와도 얽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연령대별 brain score 변화까지 겹쳐 보면, 각 아형은 ‘평생 고정된 범주’라기보다 발달과 노화의 서로 다른 구간에서 더 쉽게 드러나는 회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아형처럼 아동기와 성인기에서 반대 방향의 연령 경향을 보이는 패턴은 생애주기 동안 보상-통제-각성 네트워크의 상대적 우세가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반면 두 번째와 다섯 번째 아형처럼 단순한 거울상이 아닌 연령 패턴은, 기본적인 아침형-저녁형 이동 위에 대사 부담이나 호르몬 상태, 질병 누적이 추가로 겹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다만 이것 역시 단면 자료에 근거한 해석이므로, 실제 개인 수준의 회로 전환을 직접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6. 의학적 함의와 한계: 정밀한 크로노타입 이해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크로노타입 연구의 오래된 모순을 풀 실마리를 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저녁형은 우울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논문은 ‘일부 저녁형 아형에서는 그렇지만, 다른 저녁형 아형은 오히려 인지적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답합니다. 마찬가지로 ‘아침형은 항상 더 건강한가?’라는 질문에도, 적어도 여성 편향 아침형 아형에서는 우울 및 월경 관련 문제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처음 세 아형만 보아도 어떤 아형은 인지·행동 신호가 중심이고, 어떤 아형은 진단·약물 신호까지 촘촘히 따라붙으며, 또 어떤 아형은 구조는 비슷해도 기능 연결 차이 덕분에 상대적으로 보호적인 프로필을 보입니다. 뒤의 두 아형까지 포함하면, 성별·호르몬 상태와 연결된 건강 부담 역시 아침형/저녁형 내부에서 다시 갈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령대별 brain score 차이를 함께 보면, 같은 아형이라도 생애주기의 어느 시점에서 더 두드러지느냐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즉 앞으로는 아침형/저녁형이라는 이분법보다, 어떤 아형에 속하느냐와 그 패턴이 어느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적 의미도 조심스럽게 제시됩니다. 저자들은 이것이 임상 진단 도구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하지만 향후에는 특정 우울 환자가 어느 크로노타입 아형과 더 비슷한지에 따라, 밝은 빛 노출을 이용한 생체시계 재정렬, 신체활동 증진, 혹은 사회적 지지 강화처럼 서로 다른 개입 전략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연구는 바로 치료법을 제시했다기보다, ‘누구에게 어떤 시간생물학적 개입이 맞을지’를 묻는 정밀의학적 틀을 제안한 셈입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첫째, 크로노타입은 자기보고식 문항으로 측정되었기 때문에 객관적 수면-각성 리듬을 완전히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저자들도 향후 액티그래피, 중간수면시각, 멜라토닌 같은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둘째, 연구는 단면 연구이므로 시간이 지나며 사람이 한 아형에서 다른 아형으로 이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연령군별 brain score 차이가 생애주기 패턴처럼 보이더라도, 이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이지 같은 개인을 추적한 결과는 아닙니다. 셋째, ABCD 검증은 구조 MRI에만 기반했기 때문에 원래 성인 모델의 전체 정보를 모두 재현한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아동 검증에서는 연령, sex/gender, race/ancestry 관련 변수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으므로, 일부 재현 신호는 발달 단계와 표본구성 차이를 함께 반영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순수한 선천적 생물학 차이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넷째, 표본이 주로 영국과 미국 인구에 치우쳐 있어 일반화에 제한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대근무자는 제외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시차(social jet lag)가 큰 집단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

이 논문은 크로노타입을 단순한 아침형-저녁형 이분법으로 보지 않고, 뇌 구조와 기능, 행동, 질병, 약물 사용을 함께 고려한 5개의 잠재 아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세 가지 저녁형 아형은 각각 정서 조절 문제와 인지적 강점이 함께 있는 패턴, 우울-혈관·대사 취약성이 두드러진 패턴, 성호르몬·위험행동·심혈관/비뇨생식기 부담이 결합된 패턴이라는 서로 다른 얼굴을 보였고, 두 가지 아침형 아형 역시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패턴과 여성 편향 우울/호르몬 관련 패턴으로 나뉘었습니다. 여기에 아동 외부 검증과 연령군별 brain score 비교를 겹쳐 보면, 이 아형들은 단지 성인에서만 관찰되는 정적 분류가 아니라 발달과 노화의 각 단계에서 서로 다르게 두드러지는 생애주기적 패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언제 자고 언제 깨어나는가’는 하나의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뇌 회로와 호르몬, 행동, 건강 위험, 그리고 연령에 따른 생물학적 변화가 교차하는 복합적 현상이며, 그 내부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이질성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REFERENCES

Zhou L., Saltoun K., Marotta J., Aggarwal S., Kopal J., Carrier J., et al. Latent brain subtypes of chronotype reveal unique behavioral and health profiles across population cohorts. Nature Communications. 2025;16(1). doi: 10.1038/s41467-025-667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