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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CRY1 변이가 어떻게 지연수면위상장애를 만드는가

인간 일주기 시계 유전자의 기능획득 변이

도입

우리 몸의 수면-각성, 체온, 호르몬 분비는 약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일주기 시계(circadian clock)의 지배를 받습니다. 지연수면위상장애(DSPD)는 이 시계의 위상이 뒤로 밀려,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시간보다 훨씬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이 논문은 한 가족에서 보이는 유전성 DSPD의 원인을 찾으면서, 핵심 시계 유전자인 CRY1의 변이가 실제로 사람의 수면 행동을 바꾸는지, 또 분자 수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계를 늦추는지를 추적한 연구입니다. 특히 이 연구의 강점은 통제된 생리 리듬 측정, 가족 유전학, 인구집단 분석, 세포 수준 기능 실험, 그리고 표적 프로모터 수준의 기전 분석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1. 연구 질문과 전체 실험 설계

저자들의 핵심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특정 가족에서 나타나는 DSPD가 핵심 일주기 시계 유전자의 변이로 설명될 수 있는가? 둘째, 그렇다면 그 변이가 시계 회로의 어느 단계를 바꾸어 수면 위상을 늦추는가? 이를 위해 연구진은 먼저 선행 환자와 대조자를 대상으로 집에서 actigraphy와 sleep log를 기록해 실제 취침·기상 패턴을 확인하고, 실험실에서는 entrainment 단계에서 습관적 일정과 표준화된 취침·기상 시간(23:00-07:00)을 적용한 뒤 외부 시간 신호를 최소화한 free-run 단계로 전환했습니다. 이 동안 멜라토닌 분비 시작 시점(DLMO), polysomnography, 중심체온 리듬을 함께 측정해 정말로 내인성 일주기 이상이 있는지 평가했습니다. 다음으로 포유류 일주기 시계를 이루는 후보 유전자들을 분석해 원인 변이를 찾았고, 가족 내 공분리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이어서 전장엑솜분석으로 다른 희귀 변이 가능성도 검토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상형 CRY1(full-length, fl)과 exon 11 결손형 CRY1Δ11을 비교할 수 있도록 환자 유래 fibroblast와 재구성 세포 모델을 사용해, 분자 리듬의 주기, 단백질의 핵 내 축적, CLOCK/BMAL1과의 상호작용, 표적 유전자 전사, 그리고 표적 프로모터에서의 전사복합체 점유 양상까지 차례로 분석했습니다.


2. 환자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한 늦잠 습관이 아니라 ‘느린’ 생체시계였다

선행 환자는 집에서 기록한 actigraphy와 수면일지 단계부터 이미 취침·기상 시각이 대조자보다 늦고 변동성도 컸습니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단순한 생활패턴의 결과인지, 아니면 몸 안의 시계 자체가 느린 것인지를 가리기 위해 통제된 entrainment 뒤 자유주기 조건으로 넘어가는 설계를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멜라토닌 분비 시작 시점은 뚜렷하게 늦었고, 자유주기 조건에서는 수면-각성 리듬과 중심체온 리듬이 모두 날이 갈수록 뒤로 이동했습니다. 추정 주기는 수면 기록에서 약 24.5시간, 중심체온에서 약 24.8시간으로 같은 조건의 대조자에서 보인 약 24.2~24.3시간보다 더 길었으며, 리듬의 상대적 강도도 더 약했습니다. 다중수면검사에서도 주수면 에피소드가 더 늦고 덜 안정적으로 나타나 수면 분절 경향이 보였습니다. 이런 결과는 생활습관 때문에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 것이 아니라, 몸 안의 시계 자체가 24시간보다 조금 더 길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주기 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내인성 주기가 길수록 매일 시계를 앞당겨 환경에 맞추는 일이 어려워지므로, 실제 생활에서는 늦게 잠드는 경향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즉 이 연구는 유전변이를 찾기 전에 먼저 ‘이 환자에게 실제 시계 이상이 존재한다’는 생리학적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3. 원인 후보로 떠오른 CRY1 스플라이싱 변이

후보 유전자 분석에서 발견된 변이는 CRY1 유전자의 exon 11 뒤쪽 5′ splice site에 있는 c.1657+3A>C 변화였습니다. 이 위치는 donor splice site 인접부로 정상적인 exon 11 인식에 중요하므로, 변이가 생기면 exon skipping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환자 유래 세포의 genomic DNA 염기서열과 cDNA 분석을 연결해 보면 exon 11이 빠진 전사산물이 확인되었고, RT-PCR 산물의 크기도 이에 부합했습니다. 단백질 수준에서도 예상보다 더 짧은 CRY1 밴드가 검출되었습니다. exon 11은 72염기이며 CRY1의 C말단 tail 영역에 위치하므로, 결과적으로 큰 photolyase homology region은 유지한 채 tail의 24개 아미노산만 빠진 in-frame deletion이 만들어집니다. 연구진은 이를 CRY1Δ11로 다루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변이가 단백질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truncation이나 null 변이가 아니라, 시계 단백질의 핵심 구조는 남겨 둔 채 C말단 조절부 일부만 삭제한 형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후의 기능 실험은 ‘CRY1이 없어졌는가’가 아니라 ‘정상형(fl)과 Δ11의 차이가 어떤 방향으로 시계를 조절하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4. 가족과 다른 인구집단에서도 변이와 늦은 수면이 함께 나타났다

스플라이싱 변이가 발견된 뒤 다음 질문은 이것이 정말 사람의 늦은 수면 표현형과 함께 유전되는가였습니다. 처음 분석한 가계에서는 유전형이 확인된 변이 보유자들이 여러 세대와 가지에 걸쳐 대체로 매우 늦은 자유일 중간수면시각(MSF) 또는 뚜렷한 지연수면 양상을 보인 반면, 비보유자는 더 이른 시간대에 위치했습니다. 일부 구성원은 질병, 약물, 교대근무처럼 표현형 해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있었지만, 전체 양상은 한 개의 변이 대립유전자만으로도 표현형이 나타나는 상염색체 우성 공분리에 가깝습니다. 보완적으로 시행한 전장엑솜분석에서도 영향을 받은 가족 구성원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면서 수면 또는 일주기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로 해석할 수 있는 희귀 변이는 CRY1이 사실상 유일했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인구집단에서 같은 변이 보유자를 찾아 여러 독립 가계를 역표현형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C 이형접합자뿐 아니라 C/C 보유자를 포함한 변이 보유자 집단의 MSF 분포가 비보유자보다 전반적으로 더 늦은 쪽으로 이동해 있었고, 많은 가계에서 늦은 수면 또는 분절된 수면 양상이 유전형과 함께 움직였습니다. 다만 분포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았습니다. 새벽 기상 의무, 배우자 일정에 맞춘 생활, 교대근무, 질병·약물 같은 외부 요인이 일부 보유자의 표현형을 가리거나 바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변이는 강한 위험 인자이지만 표현형은 환경에 의해 수정될 수 있으며, 한 가족에 국한된 우연한 관찰이 아니라 더 넓은 사람 집단에서도 반복되는 연관임을 보여줍니다.


5. 세포 수준에서 본 핵심 결과: 변이형 CRY1은 분자시계의 주기를 더 길게 만든다

가계 공분리만으로는 인과를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들은 앞에서 확인된 exon 11 결손 산물의 기능을 직접 시험했습니다. CRY1/2가 모두 없는 세포에 인간의 정상형 CRY1(fl) 또는 CRY1Δ11을 각각 넣어 만든 여러 독립 클론을 비교한 결과, 두 형태 모두 무너진 분자시계를 다시 진동하게 만들었지만 Δ11을 발현한 클론에서는 정상형보다 리듬 주기가 일관되게 더 길었습니다. 대표적인 추적에서는 fl이 약 31.6시간, Δ11이 약 32.1시간이었고, 여러 독립 실험을 합쳐도 이 차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절대 주기값은 이런 재구성 세포계의 특성상 사람의 수면-각성 자유주기와 직접 일치하지는 않지만, 같은 세포 배경에서 Δ11이 항상 더 ‘느린’ 분자 리듬을 만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 서로 다른 클론과 반복 실험에서 CRY1 단백질량은 대체로 비슷해 보여, 더 긴 주기가 단순한 과발현 효과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즉 환자에서 관찰된 지연된 생리 리듬과 같은 방향의 변화가, exon 11이 빠진 CRY1 자체의 성질 차이로 세포 수준에서도 재현된 것입니다.


6. 왜 더 느려졌는가: 변이형 CRY1은 핵에 더 많이 있고 CLOCK/BMAL1에 더 강하게 붙는다

주기 연장의 분자적 이유를 보기 위해 연구진은 먼저 환자 TAU11 유래 fibroblast에서 세포질과 핵을 분획해, 같은 세포 안에 함께 존재하는 정상형과 Δ11을 직접 비교했습니다. 세포질 표지인 tubulin과 핵 표지인 TBP로 분획의 적절성을 확인한 뒤 보면, exon 11이 빠진 CRY1 band가 핵 분획에서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졌습니다. 같은 경향은 정상형(fl) 또는 Δ11만 발현하도록 만든 MEF 모델에서도 반복되어, Δ11이 단순히 만들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핵 안에 더 잘 축적된다는 점을 뒷받침했습니다. 다음으로 co-immunoprecipitation을 해보면, 환자 fibroblast와 재구성 MEF 모두에서 Δ11은 ARNTL/BMAL1, CLOCK, 그리고 아세틸화된 BMAL1을 포함한 복합체와 더 잘 함께 잡혔습니다. 반면 PER2와의 결합은 큰 차이가 없어, Δ11이 아무 단백질에나 더 끈적하게 붙는 것이 아니라 주로 CLOCK/BMAL1 억제 축에서 선택적으로 강화된 변이임을 시사합니다. 기능적 결과도 이에 맞았습니다. 전사 직후 산물인 pre-mRNA를 시간대별로 측정하자, CLOCK/BMAL1의 대표적 표적 유전자인 Per2, Per1, Dbp는 Δ11 세포에서 일관되게 더 낮았지만, Cry1 mRNA 자체, pre-Bmal1, 비일주기성 대조 유전자인 Lrwd1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여기까지의 결과를 종합하면 exon 11 결손은 CRY1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변화가 아니라, 핵 안에서 CLOCK/BMAL1 복합체에 대한 억제력을 높여 표적 유전자 전사를 더 세게 눌러 놓는 방향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6-1. 강화된 억제는 ‘모든 DNA에 더 많이 붙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바로 이어서, 이렇게 강화된 억제가 실제 표적 프로모터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ChIP(염색질 면역침강)으로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co-immunoprecipitation과 ChIP는 읽는 대상이 다릅니다. 앞의 실험이 세포 용해액 속 단백질-단백질 결합 성향을 본 것이라면, ChIP는 염색질 위 특정 조절영역에 어떤 인자들이 얼마나 점유하는지를 보는 방법입니다. Per2와 Dbp 조절영역에서는 Δ11 세포의 CRY1, BMAL1, CLOCK 점유가 정상형과 완전히 같은 패턴은 아니었고, 특히 뒤쪽 시점에서 더 낮은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반면 비일주기성 대조 좌위인 Lrwd1에서는 CRY1 신호가 배경에 가깝고, BMAL1·CLOCK·H3K4me3도 유전형에 따른 일관된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활성 크로마틴 표지인 H3K4me3 역시 Per2와 Dbp에서 시점과 표적에 따라 다르게 움직여, Δ11이 모든 프로모터를 획일적으로 닫아 버린다고 보기보다는 일주기 표적에서 전사 복합체가 드나드는 타이밍과 상태 전환을 바꾸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이는 앞선 nascent transcription 감소 결과와도 연결되는데, 표적 유전자 전사가 낮아진 이유가 비특이적 전사 억제나 전반적 크로마틴 붕괴라기보다 일주기 회로의 특정 조절 단계가 재조정되었기 때문임을 시사합니다.


7. 이 변이는 ‘loss-of-function’이 아니라 ‘gain-of-function’이다

이 논문의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은 기능획득(gain-of-function)입니다. CRY1Δ11은 시계를 복구하지 못하는 불완전 단백질이 아니라, 오히려 핵 내 축적과 CLOCK/BMAL1 결합이 강화된 더 강한 억제자로 행동했습니다. 세포 리듬의 주기가 짧아진 것이 아니라 길어졌고, 표적 유전자 전사도 더 강하게 억제되었으므로 단순한 기능상실로는 이 패턴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 개의 대립유전자만 있어도 수면 표현형이 나타나는 우성 유전 양상도 이런 해석과 잘 들어맞습니다. 여기에 프로모터 ChIP 결과를 함께 놓고 보면, 기능획득은 ‘모든 표적 DNA에 항상 더 많이 붙는다’는 뜻이라기보다 CLOCK/BMAL1 억제 복합체의 형성과 해제, 그리고 표적 프로모터의 전사 상태 전환 시점을 바꾸는 질적 변화에 가깝습니다. 또 이 결과는 exon 11이 포함된 CRY1 C말단 tail 영역이 단순한 부가적인 꼬리 부분이 아니라, CRY1이 언제 핵에 머무르고 어떤 전사복합체와 얼마나 잘 상호작용할지를 미세 조절하는 중요한 조절 영역임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일주기 시계의 이상은 핵심 부품이 완전히 사라질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되먹임의 세기와 지속시간이 조금만 바뀌어도 사람의 수면 시간대가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8. 생물학적·의학적 의미

이 연구는 인간의 흔한 수면 문제 중 하나인 지연수면위상장애가 핵심 시계 유전자의 특정 변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음을, 한 사람의 생리 리듬 측정에서 출발해 여러 독립 가계와 세포기전까지 연결해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CRY1 c.1657+3A>C 변이는 보고된 빈도가 최대 0.6%에 이를 수 있어, 드문 단일 가족 질환을 넘어서 상당수 사람의 수면 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추가 가계 분석을 보면 표현형이 항상 똑같이 나타나지 않고, 전형적인 지연수면 외에 수면 분절 형태로 보이기도 하며, 강한 외부 동조 신호나 사회적 스케줄이 이를 어느 정도 가리거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주기 질환이 유전자 하나로 완전히 결정된다기보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동조 신호가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논문은 치료법을 직접 시험한 연구는 아니므로, 광치료나 일정 조절이 실제로 어떤 유전자형의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정리

정리하면, 이 논문은 CRY1의 스플라이싱 변이가 exon 11 결손형 단백질(CRY1Δ11)을 만들고, 이 단백질이 핵 안에서 CLOCK/BMAL1 억제를 강화해 분자시계의 주기를 늘린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 수준에서는 수면-각성과 중심체온의 자유주기가 길어진 생리학적 이상이 먼저 확인되었고, 그 결과가 가족 유전학과 세포 기능 실험으로 이어졌습니다. 세포 안에서는 Δ11이 핵에 더 잘 축적되고 CLOCK/BMAL1과 더 강하게 상호작용했으며, 표적 프로모터에서는 모든 DNA 좌위에 대한 비특이적 결합 증가가 아니라 일주기 표적의 전사복합체 점유와 전사 상태 전환 타이밍이 달라지는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사람에서는 생체시계가 늦어지고, 지연수면위상장애나 수면 분절 같은 표현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이 연구는 인간 수면 행동의 개인차가 핵심 시계 단백질의 ‘미세한 기능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입증한 좋은 예이며, 인간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이 어떻게 하나의 생리 현상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REFERENCES

Patke A., Murphy P., Onat O., Krieger A., Özçelik T., Campbell S., et al. Mutation of the Human Circadian Clock Gene CRY1 in Familial Delayed Sleep Phase Disorder. Cell. 2017;169(2):203-215.e13. doi: 10.1016/j.cell.2017.03.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