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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책을 쓰는 사람들

언젠가는

많은 동호회나 모임들은 뚜렷하고 현실적인 목적 - 주로 경제적인 이득, 직업적인 기회, 연인이 될 이성과의 만남 등 - 을 위주로 운영된다. 많은 독서토론 모임들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모임들은 대부분 원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표류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이같은 현실적 목적의 대부분은 모임의 표면적인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개인이 그 목적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오랫동안 어디 그런 모임 없나 하고 궁금해한 모임이 있다. 바로 책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꽤 오랫동안 일기 같은 글을 써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언젠가는 이런 글 말고 뭔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번 시도해 보다가도 이게 참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기 확신이 없다는 점이었다.

내 글은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범한 에세이처럼 공감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다소 내 세계에 갇혀 있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했고 실제로 그걸 나도 아는데, 어쩌면 오랫동안 오로지 나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글만 써버릇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 더 나눌 수 있는 이야기, 남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중 내가 자신있게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을 써보고 싶긴 하지만, 그런 소재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다. 어쩌면 이건 내가 감각적으로 현실을 익히는 쪽이라기 보다 생각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도 한 몫 할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나는 남들의 에세이를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이유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아무리 봐도 에세이들 대부분이 다소 좀 꾸며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크다. 무슨 말이냐면, 도무지 그 사람의 솔직한 내면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지만 사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괜찮지 않을 거다. 마음이 괜찮으면 뇌는 그런 편안함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다른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에너지가 머물지 않고 외부로 향하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되뇌이는 것은 실제로 괜찮다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읽힌다. 그게 개운치가 않다.

나는 예민하고 불안한 기질이 크기 때문에, 그로 인해 남들과 어떤 면에서 매우 다른 욕구와 욕망을 갖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기운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직 마음이 통하는 소수와의 소통에만 에너지를 쏟고, 그 외의 사람들은 가까이 하지 않는다. 남들이 많이 한다는 취미들, 한 때 나도 이것저것 많이 해봤지만 에너지의 한계로 이제는 거의 글을 쓰거나 AI를 활용해 뭔가를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공부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뭘 만들어도 체력이 소진되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기운이 솟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그걸로 무슨 유익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머리 속과 마음을 채우기만 할 뿐이다. 즉 텍스트 읽기와 글쓰기, 생각하기 자체가 힘든 생산이 아니라 오히려 유희에 가깝다.

이 세상에 분명 나같은 사람들 많을텐데 -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늘 고민이었다. 학계에 많다고는 알고 있지만 내 전공 학계는 글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 책을 써서 작가로 공영 방송이나 유튜브에 간간히 나오는 유명인들은 물론 그런 부류겠지만 너무 특이한 케이스이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취미를 즐기고 실제로 그와 관련된 생산물(?) 즉 책을 성공적으로 쓰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텐데.. 서점에 쏟아지는 책들을 보면 분명 세상에 그런 사람들 엄청 많고, 유튜브를 봐도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것이 분명한데.. 왜 내 주변엔 없을까. (그나마 고등학교 친구 한 명 있긴 하다)

요즘 열심히 알아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이렇게 글쓰기와 사유를 좋아하고 실제 성공적으로 책을 써 내는 사람들 숫자가 워낙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아주 잘 안다. 그리고 이런 성향 자체가 모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도 있고. 글이야 혼자 쓰면 되는 건데 이미 책을 낸 사람들이 굳이 그런 모임을 주선할 이유도 없고. 그래도 최근엔 그런 모임을 주선하는 플랫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이런 것도 어쩌면 훈련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에세이 말고 뭔가 나만이 전달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책으로 쓰는 것.. 쉽지 않지만 계속 하다보면 어딘가 또 길이 생기겠지. 우선 관련 모임 하나 나가 보기로 했는데 과연 어떤 사람들이 책을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