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유령을 믿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음모론에 빠져들까요? 인지과학과 진화심리학은 오랫동안 이 '기이한 믿음(Extraordinary beliefs)'의 기원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주류 학계는 우리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진화시킨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es)'이나, 집단 내 소속감을 증명하려는 '사회적 역학(Social dynamics)'으로 이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습니다. 왜 하필 원뿔 모양이 아니라 '평평한' 지구일까요? 왜 종교적 의식에는 항상 향을 피우고 환각제를 먹는 등 복잡한 감각적 몰입이 동반될까요?
최근 인지과학계는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경험(Experience)'입니다. 자전거 안장이 흔들리면 직접 만져보고 고장 났다고 믿듯, 기이한 믿음 역시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철저히 맞닿아 있다는 놀라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소개합니다.
기존 이론의 한계: 왜 하필 '평평한' 지구인가?

과거의 학자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행위자를 상상하는 HADD(Hyperactive Agency Detection Device) 같은 인지적 편향이나, 집단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기 위한 극단적 신호로서 기이한 믿음을 채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Old View'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들은 믿음의 '구체적인 디테일'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만약 음모론이 단순히 집단 소속감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지구가 도넛 모양이든 원뿔 모양이든 상관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어코 '평평한 지구(Flat Earth)'로 수렴합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와 레슬링을 했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예수가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건넸다고 말합니다. 즉, 아무리 터무니없는 믿음이라도 완전히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적 입력과 어느 정도 일치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시각(New View)이 등장합니다. 경험은 인지적 편향 및 사회적 역학과 함께 작용하여 기이한 믿음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세 가지 핵심 경로를 제공합니다.
첫째는 감각적 증거가 작동하는 '필터(Filter)'입니다. 누군가 원뿔 모양의 지구를 주장하면 사람들은 직관에 어긋난다며 외면하지만, 평평한 지구를 주장하면 해변에서 바라본 일직선의 지평선이라는 우리의 시각적 경험과 완벽히 일치하기 때문에 이 믿음은 쉽게 여과망을 통과해 집단 내로 퍼져나갑니다.
둘째는 인지적 편향을 점화하는 '스파크(Spark)'입니다. 한밤중 침대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 마비(가위눌림)를 겪는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모호하고 공포스러운 신체 감각은 뇌의 경보 시스템을 울리고, 우리의 인지적 편향은 이 혼란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가슴을 짓누르는 악령이라는 구체적인 믿음을 불꽃처럼 피워 올립니다.
마지막 셋째는 경험을 증폭시키는 '문화적 기술'입니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환각성 버섯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주술적 의식은, 머릿속에만 맴돌던 막연한 영적 존재를 눈앞에 강림하는 생생한 천사로 탈바꿈시킵니다. 이 세 가지 경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평범한 감각 데이터를 재료로 삼아 가장 기이하고도 견고한 믿음의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지 보여주는 은밀한 설계도입니다.
경로 1: 감각적 증거라는 '필터'

첫 번째 경로는 경험이 믿음의 '필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은 수많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해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직관적인 감각적 증거에 기대고 있습니다. 우리가 땅 위에 서서 지평선을 바라볼 때, 지구는 실제로 '평평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음모론자들은 종종 이러한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을 근거로 과학자들의 복잡한 설명을 배척합니다.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이 물리적인 노동을 대신해 주었다는 주장보다,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주장이 훨씬 흔합니다. 이는 인간이 복잡한 촉각적 환각보다는 청각적 환각을 더 쉽게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뇌는 감각적으로 그럴듯하게 느껴지는(Perceptual credibility) 믿음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킵니다.
경로 2: 인지적 편향을 점화하는 '스파크'

두 번째 경로는 스트레스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이상 경험(Anomalous experiences)이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내는 스파크가 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가위눌림(Sleep paralysis)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가위눌림을 경험할 때 보이지 않는 악령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위협을 느낀다고 보고합니다. 수많은 관찰 연구에서 가위눌림의 빈도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Correlation)가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서 데이터의 이면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기이한 믿음이 있어서 가위눌림을 겪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 통제력을 상실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혼란스러운 감각 데이터가 뇌의 목적론적 추론(Teleological reasoning)과 행위자 탐지 편향을 강제로 작동시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발명'하게 만드는 인과적(Causal) 메커니즘이 숨어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모호한 감각 데이터가 주어지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든 그럴싸한 행위자를 만들어내어 상황을 설명하려 듭니다.
경로 3: 감각적 증거를 조작하는 '몰입형 문화 기술'

가장 흥미로운 세 번째 경로는 인류가 기이한 믿음을 뒷받침할 감각적 증거를 스스로 '설계'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기도(Prayer), 환각제 사용, 그리고 신내림이나 영적 화신(Incarnation) 같은 의식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상징적 행위가 아니라, 최신 가상현실(VR) 기기처럼 다중감각(Multimodality)을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경험적 기술'입니다.
기도를 할 때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묵주를 만지며, 특정한 자세를 취합니다. 무당이나 주술사들은 정교한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하며 초자연적 존재를 연기합니다. 전 세계의 영적 의식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거대하고 기괴한 가면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사람의 체형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탑처럼 솟은 원뿔형 복장이나, 어린아이를 공포와 경외로 몰아넣는 짐승 형상의 탈은 단순한 예술적 장식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타인을 '인간'으로 인식하는 시각적 단서를 철저히 차단하고, 그 빈자리에 초자연적 존재라는 새로운 데이터를 강제로 주입하는 정교한 '인지적 해킹(Cognitive hacking)' 도구입니다. 평범한 이웃이 이 기괴한 껍데기를 뒤집어쓰는 순간, 우리의 뇌는 익숙한 인간의 흔적을 잃어버린 채 눈앞에 춤추는 낯설고 압도적인 정령을 실제 물리적 현실로 승인해 버립니다.
이러한 다중매체적(Plurimedial) 환경은 참여자에게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며, 내면의 생각이나 감정을 외부의 신성한 존재가 보낸 확실한 감각적 증거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환각제 역시 뇌의 화학적 상태를 변화시켜, 평범한 현실보다 더 생생한 '신성한 지식'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유물론적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듭니다.
결론

기이한 믿음(Extraordinary beliefs)은 결코 일상적인 믿음과 질적으로 다른 '고장 난' 사고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의자의 존재를 믿거나 빠른 자동차를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 즉 '감각적 증거'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증거가 모호한 경험에서 비롯되었거나, 문화적 기술에 의해 정교하게 증폭되었을 뿐입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 유사 과학과 싸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들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그 믿음을 '진실'이라고 느끼게 만든 압도적인 1인칭 경험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체해야만, 비로소 인간 마음의 숨겨진 건축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Stark-Elster E., Singh M.. How experience shapes extraordinary belief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25. doi: 10.1016/j.tics.2025.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