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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몸 속의 염증이 즐거움을 빼앗아간다

진탕 놀아본 사람들은 실제로 즐거울 수가 없다

"후회 없이 진탕 놀아봤어."

이런 말은 보통 술, 이성, 다양한 장소로의 여행과 극단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레저 활동, 그 밖에 강렬하고 감각적인 쾌락을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을 원 없이 즐겨봤다는 뜻이다. 아마 아무도 "후회 없이 공부도 실컷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에는 꽤 많은 오류가 담겨 있고, 그 말을 내뱉은 당사자에게는 결국 공허감만 남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스스로 환상을 하나 내려놓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그런 경험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살면서 한 번쯤 그렇게 진탕 놀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친다면, 그것이 대단한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이 밝혀낸 바 있다.

흔히 말하는 유흥과 뒷세계에는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는 것들이 많다. 주로 술, 마약, 성적 쾌락과 관련이 깊다. 그게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왜 사람들은 쉬쉬하며 숨길까?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을 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 있다. 한마디로 우리 뇌의 보상 회로는 그런 강렬한 쾌감에 쉽게 지치고 구조가 변형돼서, 처음의 강렬한 즐거움을 느낀 이후로는 다시 그와 같은 수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평소 느낄 수 있는 행복의 기준점 자체가 이동해서, 평범한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불행을 느끼는 회로로 바뀌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중독 상태이며, 중독은 결코 행복한 상태가 아니다. 중독된 뇌는 그 대상을 끊임없이 찾지만, 아무리 추구해도 즐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에서 간신히 벗어나 잠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과연 모두가 그런 강렬한 쾌감 활동에 뇌 회로가 무너지고 중독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코카인처럼 강렬한 마약조차 사용자 다섯 중 하나 정도만이 의존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한마디로 애초부터 취약한 보상 회로를 가지고 있어 중독되기 쉬운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 유전이든,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이든, 상처와 트라우마든, 아직 알 수 없는 이유든 — 이런 사람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실컷 쾌락을 누리는 행위에 빠지기 쉽다. 보통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는 그 진탕 놀아보기에 유독 쉽게 끌린다는 말이다.

그리고 최근 연구들은 몸속 염증이 뇌의 보상 회로에 악영향을 미쳐 우울이나 무쾌감증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강렬한 쾌락 행동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그간의 다른 연구들과 합쳐 보면 전체 그림이 어렴풋이 보인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 자체로 몸에 염증이 생기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중독 물질 — 자극적인 음식 같은 것 — 을 탐닉하게 되며, 그로 인해 수면에 문제가 생기고, 그것이 다시 돌고 돌아 염증 수치를 높인다.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 뇌의 보상 회로는 무뎌지고, 일상이 시들해지면서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게 되고, 결국 강렬한 쾌감을 줄 대상에 손을 뻗는다. 그 결과는 앞서 말한 그 회로다. 별로 즐겁지도 않으면서 계속 탐닉하게 만드는.

"후회 없이 진탕 놀아봤다." 이 말은 보상 회로가 취약해진 사람의 착각에 가깝다. 그렇게 놀면서 느꼈을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불안과 고통의 시간을 모두 적분해 행복의 총량으로 구한다면,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는 마음 편한 보통 사람들에 비해 수치가 한참 떨어질 것이다. 그 뒤에 찾아온 공허감은 필연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겪은 고통과 갈등을 다룬다. 사실 고통과 갈등이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소설과 드라마와 영화 같은 이야기 플랫폼들은 잔잔한 일상의 가치를 폄훼하곤 한다. 주인공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활동에 뛰어들고 그것을 즐기는 모습을 미화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야기는 그래야 재미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장 안정된 상태는 뻔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무리 없이 누릴 수 있는 상태다. 매일 같은 하루를 살면서 불평 없이 만족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실 상위에 속한다.

물론 타고난 부분은 있다. 누구나 그런 상태를 누릴 수는 없다. 다만 앞에서 말했듯 강렬한 쾌감이 행복의 기준점을 이동시키는 것처럼, 그 기준점은 다른 방식으로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특히 잔잔한 일상을 누리는 능력은 벗어난 행복의 기준점을 조금씩 되돌리는 것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멀어지고, 식단 관리와 운동을 신경쓰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 느리고, 눈에 띄지 않고, 자랑할 거리도 없어서 실천하기 힘들지만 반드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쪽이다.

REFERENCES

Mac Giollabhui, N., Madison, A. A., Lydston, M., Quang, E. L., Miller, A. H., & Liu, R. T. (2026). Effect of anti-inflammatory treatment on depressive symptom severity and anhedonia in depressed individuals with elevated inflammatio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83(1), 70–79.

Chat, I. K.-Y., Hansson, L. S., Lekander, M., Jacobsen, C., Benson, S., Hebebrand, J., Bender, V., Handke, A., Hasenbergh, T., Treadway, M., Engler, H., Dantzer, R., Schedlowski, M., & Lasselin, J. (2026). Obesity, low-grade inflammation, and inflammatory response to immune challenge modulate willingness to expend effort for reward. Brain, Behavior, and Immunity, 136, 106548.